아들의 편지 [부모와 자녀]

 

저에게는 사랑하는 자녀가 두 명 있습니다. 열세 살 딸과 아홉 살 아들입니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꼭 저의 어렸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순수하고 조용하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며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것, 그리고 숫기가 없어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도 저를 똑 닮았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서 웅변학원을 보내주셨는데 너무 부끄럽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학원을 많이 빼먹었습니다. 그 일로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또 자존심이 굉장히 강해서 조금만 자신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쉽게 버럭 화를 냅니다. 주로 가족한테만 그러는데,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도 그러니까요. 하지만 자신 있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운동을 너무 좋아합니다. 특히 축구를 좋아해서 아들과 종종 축구를 할 때면 (집에서 주로 킥 위주의 축구를 하지만) 10분이면 땀으로 샤워를 하기도 합니다. 이제 이 사랑스러운 아들과 제 생일 때 있었던 작은 해프닝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생일 전날, 가족들과 조촐하게 생일 노래도 부르고 케이크 커팅도 하여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생일 당일이 되었습니다. 선물까지는 아니어도 축하 인사 정도는 기대했는데, 아무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에 뭐가 있는 건가? 은근히 기대했지만 잠자리에 들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아내로 인해 저녁도 제가 꺼내 먹고 설거지까지 다 해야만 했습니다. 작은 손 편지라도 기대했는데 섭섭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때까지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 슬슬 마음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입 앞에 세워두었던 파수꾼을 밀어버리고 버럭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말을 하는 동시에 조금만 더 참을 것을 하며 후회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났습니다. 가족들도 저도 상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 정말 이런 제가 너무 싫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기 중에 아들에게 “어제 아빠 생일이었는데 축하한다는 인사나 편지가 없어서 섭섭했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화내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섭섭한 마음이 느껴졌는지 아들은 바로 “깜빡했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얼굴에는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잠시 후, 예상하신 대로 직접 쓴 손 편지와 함께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비타민을 넌지시 내밀었습니다.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부끄러워서 얼른 자기 방으로 사라져 버리는 아들! 그 순간, 모든 섭섭한 마음과 짜증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차갑게 얼어 있던 제 마음이 금세 녹아버렸습니다. 사랑한다거나 축하한다는 말도 필요 없었습니다. 삐뚤삐뚤한 글씨가 모든 것을 다 말해줍니다.


우리의 하늘 아버지가 떠오릅니다. 걸려 넘어져서 크게 다치고 상처가 나기도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늘 한결같이 인자하신 웃음으로 저를 기다리시며 두 팔 벌려 맞이해 주십니다.

“아버지의 아들이 될 자격이 없나이다. 저는 단지 종입니다!” 면목이 없어서 울부짖는 아들의 눈물을 손수 닦아주십니다. 더러운 옷을 벗겨낸 후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시며 아버지의 반지를 끼워 주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하여 더 많은 눈물이 흐릅니다. 작은 손 편지여도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이 실린 선물이 그 어떤 비싸고 좋은 선물보다 제 마음을 더 기쁘게 한 것처럼 아버지는 우리의 마음을 원하십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 글은 월간지 [열한시 262호 교회를 향한 예수님의 호소]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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