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바람 [생활간증/편지]

그대 바람 – 김수길​

 

여보!

된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잘 이겨내려고 나무들은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동물들은 도톰한 털옷으로 갈아입네요. 인생의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는 이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사랑하는 여보!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 우리가 함께 살았어요.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요. 어려운 일들과 마주할 때마다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생각하고 극복했던 우리의 시간이 허투루 돌아가지 않고 더 단단해진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비록 우리의 겉사람은 후패했지만요.

당신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최고의 남편입니다. 나에게 최적화된 안성맞춤 반쪽이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사랑이 더 견고해지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 더 애틋해지는 건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인생의 길 위에서 아름다운 하늘 성품을 심고 가꾸는 우리 가정이 되기를 바라고 기도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사는 삶이 그 깊은 호수나 바다 같겠어요? 그저 아래로 흐르고 흘러가는 얕은 시냇물이지 않을까요! 수많은 사연이 담긴 낙엽을 싣고 내려가다 누군가의 마음을 씻어주고 목을 축여주고 피곤한 발을 쉬게 하는 좋은 물이라면 족하지요.

우리가 결혼하고 이 땅에서 10년이나 함께 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지만, 언제 오실지 모를 주님 맞을 때까지 더욱 사랑만 하며 살아요. 결혼 10주년 선물로 당신만을 위한 노래를 지었어요. 노래를 부르는데,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울컥하더라고요. 그저 주님의 긍휼하심과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해 이 말로 줄입니다. “여보, 사랑합니다.”

그대 바람

얕은 시냇물이 흐르고 흐르며

떨어진 낙엽 하나 싣고 가는 길

아름다운 추억도 아픈 상처도

그대의 눈빛과 숨결과 노래가 묻어나

이런 사랑을 피웠다네

바람이 불어온다 그대 바람이

햇살이 내려온다 그대 햇살이

오늘 나를 살게 하는 그대 목소리

나를 있게 하는 그대 손길

두 뺨을 적시며 흐르는 눈물도

가슴에서 새어나는 깊은 한숨도

가져가버리는 그대 바람 녹여내버리는 그대 햇살

오늘도 나는 이렇게 그대 입고 산다네

내가 울기 전에 먼저 울어주는 그대여

나의 눈 속에서 웃음을 찾는 그대여

울지 마라 아프지 마라 웃어라 그렇게 환하게

오늘도 그대는 이렇게 나를 안고 산다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그대여!

이 글은 월간지 [열한시 259호 행복한 심판]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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