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아빠와 딸
– 김수길
저희 집에는 엄마를 웃겨주는 데 최적화된 환상의 콤비가 있습니다. 바로 아빠와 딸입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면 어느새 짠~하고 나타나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보여주기도 하고, 면 요리를 먹다가 한 가닥을 서로 물고 결국 뽀뽀를 하며 한바탕 웃기도 하고,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웃음보가 터지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배가 아플 만큼 세 사람 다 바닥을 구르며 웃습니다. 그럴 땐 웃음 소린지 신음 소린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분간이 어려울 지경이지요.
가족이 늘 함께라면 좋을 텐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주일이고 이주일이고 떨어져 지내다 주말에만 만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아빠가 일 가셔야 하니까 딸아, 일찍 일어나서 식사 준비를 좀 돕거라~.”
그냥 한 번 던져본 엄마의 말을 조금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려는 모양인지, 딸은 일찍 씻고 나와 자리에 누워 잘 준비를 합니다.
딸바보 아빠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엄마 자리를 차지하고 딸아이에게 바짝 붙어 뽀뽀세례를 퍼붓고는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 곧 다시 떨어져 지내야 하는 때가 다가오니 아빠는 딸에게 더욱 마음이 쓰이나 봅니다.
엄마는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궁금해 침실을 기웃거려봅니다.
대화 중 아빠가 딸에게 해준 두 마디는 이것입니다.
“딸아,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항상 살아계시다는 것을 기억하거라!”
딸은 네~네~ 대답을 하고는 금세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빠는 잠든 딸을 사랑스럽게 쳐다보고는 조용히 묵상을 합니다.
딸을 향한 아빠의 마음과 바람이 잠자는 어린 딸의 부드러운 마음 밭에 콕 박혀 싹이 나고 자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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