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엄마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엄마 [육아일기]

– 이명옥

 

저는 가끔씩 마음이 너무 괴로운 날이면 하나님께 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제게 말씀해 주시고 싶어 하는 말들을 상상하면서 다시 제 자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마음이 좀 더 잘 느껴질까 해서요. 그런 편지들 중에 기억에 남는 편지를 하나 골랐습니다.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세상 걱정 근심은 뼈를 녹게 만든다는 잠언 말씀은 진리였다. 은서가 감기 열이 떨어지고 안심했는데 다시 기침 콧물이 심해지자, 내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서 주님을 바라보지 못하고 또 내 힘으로 무언가 해보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 결과 나는 마음의 평안과 구속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자연히 나의 얼굴 표정은 굳어지고 목소리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이처럼 심각하고 힘겨워졌다.
마음이 힘드니 몸도 피곤하게 느껴지고 은서랑 놀아주는 게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 평소와 다르게 힘이 없고 영혼 없이 놀아주는 엄마로 인해 불안했을 은서가, 종일 칭얼거리고 울기만 한건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 나는 오히려 은서가 왜 이리, 언제 이리 고집이 세지고 예민해진 걸까 불평하고 성가셔했다.

 

“하나님… 제가 늘 드리는 기도인데, 왜 이리 실천이 잘 안될까요?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고 신뢰하는 거요.”

“그건 아마, 네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굴러가지 않기 때문일 거야. 드라마나 영화가 재미있는 건, 사람의 정욕을 채워줄 만한 방향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일하지 않아. 그렇기에 세상에 속한 사람은 내가 이끌어가는 역사에 흥미를 못 느끼지.
세상에 속한 사람이란,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하늘에 가고 싶은 소망이 별로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단다.
명옥아,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고,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치열하게 영적 전쟁을 치른 이들의 것이란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일어나서 싸워야지! 너의 감정을 분출시키고 싶어 못 견뎌하는 너 자신과, 너를 죄에 빠뜨리려고 하는 사탄과 싸워야지!
이해해. 너는 지금껏 영적인 공격성과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 그렇기에 막상 실제적인 삶 속에서는 믿음을 활용하지 못하는 거란다. 너에게 은서를 보내준 건, 너의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이기도 하단다.
기억해 보렴. 은서가 없을 때 넌, 부모님과 남편을 의지해서만 살아갈 수 있었어. 하지만 은서를 통해서 넌 홀로서는 법을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지 않니. 매일 쓰러지는 너만을 보지 말고, 네가 예전에 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새롭게 변화되었는지도 좀 보렴.”

 

사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꽤나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라 매일 하지는 못하는데요, 그래도 쓸 때마다 좀 더 저의 숨어있던 죄들을 더 깊이 깨닫게 되고, 하나님의 저를 향하신 마음이 재앙이 아니요 생명과 평안이라는 말씀이 더욱 와닿을 만큼 자책감과 무력감? 같은 것들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느껴요. 육성으로 하나님이 저랑 대화해 주신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하나님의 입장, 하나님의 마음이 더 잘 이해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어쩌다 보니 하나님과 저만 아는 은밀한 노트의 한 부분을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작게나마 공감하시고 위로받으셨으면 좋겠네요. ^^

추천 게시물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