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엄마 무서워!

– 박정수

 

지금으로부터 1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단비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참으로 좋아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어릴 적부터 종종 여러 책을 읽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중에서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착한 이웃”이라는 성경 동화가 있었는데 유독 그 이야기를 또! 또! 를 외치며 읽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잠자기 전에도 그 이야기를 읽어 달라고 하여 제가 그 내용을 달달 외울 정도였습니다. (내용이 길지 않고 단순합니다.^^;;) 그 내용의 첫 도입 부분은 어떤 사람이 혼자 산길을 걷다가 강도를 만난 이야기로 시작하여 끝부분에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사람을 도와준 이야기로 마무리되지요. 그런데 그림을 보면서 강도의 모습이 무서웠는지 “강도”라는 두 단어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며 저에게 안기기를 반복하며 꿈속에도 나타나 딸을 괴롭히며 자다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 그 책은 잠시 덮어 두었습니다.

요즈음 책 보는 것을 즐기는 단비에게 몇 달 전부터 정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그림책을 구입하게 되었지요. 읽어 줄 때 재밌는 내용이 있으면 무한 반복으로 ‘또! 읽어줘 또! 읽어줘.’하며 읽어 달라고 요청하는 단비가 기특하단 생각도 들면서 얼마나 흥미로우면 저럴까? 하는 맘이 들면서 그만 할 때 까지 읽어 주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탈무드 동화책을 읽다가 뱀이 우유에 독을 타는 장면이 있었는데… 뱀이 그려져 있는 부분만 뚫어져라 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차! 하면서 저는 예전의 일을 떠올리며 “단비야 뱀 안 무섭니? 엄마는 징그럽고 무서운데” “아니, 무서워!”하면서도 눈을 떼지 않기에 무섭다면서 왜 자꾸 보는 거야? 하니, 그제야 무섭다며 책을 덮어 버립니다. 그 무서운 장면을 보고는 또 잠을 설치기도 하고 뱀만 보면 저에게 안기어 무서워! 무서워… 저리 치우라며 여러 차례 크고 작은 소동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소동이 있을 때마다 예수님께 단비를 공포에서 지켜달라고 기도하며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꼭 안고 기다려 주곤 했습니다.

저는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보냈습니다.
부모님이 채널을 돌리는 대로 보고 들으며 슬픔도 느끼고 우스운 장면을 보고 웃고 울기도 하고 특히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장면들을 볼 때면 무섭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보고서 밤에 무서워서 화장실을 가는 것도 두려웠고 어두움이 찾아오면 귀신 생각이 떠나지 않아 아무 데도 가지 못했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오랫동안 저를 힘들게 한 것을 떠올렸습니다.
단비도 말로 다 표현 못 하지만 얼마나 무서울지 공감이 되며 기도하는 가운데 이 공포를 잠재울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노래로 암송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날 밤부터 자기 전에 누워서 1~2절씩 부르고 다음 날은 복습도 하며 또 1절 늘리고 하면서 노래로 말씀을 배우니 단비도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면 가까운 산에 가서 산책하고 집에서는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한 몸으로 찬양과 율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니 단비의 무서운 기억은 사라진 듯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가끔 자연스럽게 말씀 송을 선창하면 단비도 덩달아 함께 입을 모아 함께 부르면서 단비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기뻤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 우리의 눈이 무엇을 보며 우리의 귀가 무엇을 들으며 우리의 입술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너무 중요한 것임을 다시 새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마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을 미혹하는 시대임을 절실하게 깨닫습니다. 주로 시청각을 통해 유혹함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러한 때에 어려서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지 않게 역사하는 마귀의 전략을 설명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생명의 근원이 마음에 있다고 했는데 먼저는 부모가 말씀과 기도와 찬양을 통해 성령님의 지혜를 구하며 그 유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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