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간증] 내려놓음

[생활 간증]  내려놓음

– 박경주

 

사랑하는 딸이 직장 문제로 먼 곳으로 가게 되었어요.
지금보다 훨씬 좁고 엄마의 보살핌이 없는 그런 곳에서, 이젠 정말 스스로 자신을 돌보며 직장을 다녀야 할 것 같아요.

이제 스물한 살…
해주는 빨래, 해주는 밥, 직장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도 들어주던 가족들, 이런저런 도움들이 없는 그런 곳에서 새롭게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딸…
멋지게 응원만 해주고 싶은데 걱정이 더 앞서는 못난 엄마가 바로 저의 모습입니다.

하나님, 이렇게 깨끗한 곳에서 따뜻한 사랑 가운데 지낼 수 있는데, 아무도 모르는, 아파도 누구 하나 들여다보지 않을 그런 곳에 딸이 간다는 것이 너무 싫어요! 제 옆에서 제가 마음껏 돌봐주는 이곳에서 지내게 해주세요! 네?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것도 아닌데 괜히 하나님께 투정 부리며 떼를 썼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아니면 제가 누구에게 이런 떼를 쓰겠어요. 아버지께서 이해해 주시고 토닥토닥해주시리라 생각하며 평소에 잘 하지 않던 행동을 했습니다.

나에게 다 맡겨라, 내게 맡겨~ 자식을 내게 내려놔라.
하시는 말씀이 들리네요.

싫어요 싫어요, 제가 더 돌봐 줄래요. 어떤 아이인지 주님 잘 아시잖아요? 엉엉엉
때 마침 찾아온 두통과 울렁거림에 몸이 좋지 않던 터라 겸사겸사 슬퍼서 엉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그냥 그 순간은 그러고 싶었습니다.

 

말릴 수 없다는 거 알지? 그냥 믿고 지켜보자. 내가 있잖니?
한참을 울다가 주님을 신뢰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깨달으며 지금껏 지내온 것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고 기도한 대로 이끌어 주셨더라고요. 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상처를 받아 불면증과 불안으로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던 딸!
사람들 앞에서는 언제나 바르게 생글생글 웃지만, 울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그런 아이를 주님께서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법으로 붙잡아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하늘 영광 버리시고, 하늘 아버지의 그 사랑의 품을 뒤로하시고, 거룩하고 아름다운 존재들과의 행복한 교제도 내려놓으시고, 그 깨끗하고 상쾌한 곳을 마다하시고
추악하고 더러운 이 땅에 오셔서 외롭고 힘들고 수치스러운 삶을 견디셔야 했던 주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 곳에 하나뿐인 독생자를 보내신 하늘 아버지의 사랑이 떠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의 길로 보내셔야 했던 하나님의 마음, 그것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아버지의 그 사랑!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사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게 하셨는가, 우리가 그러하도다” (요일 3:1, 개역개정)

“보라 [아버지]께서 어떠한 사랑을 우리에게 베푸사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들이라 불리게 하셨는가. 그런즉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함은 세상이 그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요일 3:1, 킹흠정역)

“보십시오. 아버지께서 얼마나 큰 사랑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습니까!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라 불리게 됐으니 우리는 정말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세상이 우리를 알지 못하는 것은 세상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일 3:1, 우리말)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이 얼마나 큰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큰 사랑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우리를 몰라보는 것은 그들이 아버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요일 3:1, 현대인)

아, 주님! 제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요? 저 아이는 제 것이 아니라 주님의 것인데… 그 아이를 위해 많은 선한 계획들을 가지고 계실 터인데… 주님, 내려놓겠습니다! 내려놓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리하셨던 것처럼 앞으로도 주님께서 이루실 것을 믿고 바랍니다.

엄마인 저의 품보다 더 안전하고 더 충만하고 더 따뜻한 주님의 품을 알도록 이끌어주세요.
비로소 마음이 놓이고 기쁨이 송골송골 솟아올랐습니다. 이러한 내려놓음은 매일 반복되겠지요?
이러한 인생길을 승리자의 길로 먼저 걸어가신 나의 주님만 바라보며 이기고 또 이기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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