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 반석 열리니 [시]

[시]  만세 반석 열리니

– 황원준

 

 

그 문으로

들어갔어요.

 

어찌 그리 좁은지

불평하며

들어갔어요.

 

원망하며

들어갔어요

 

때론

눈물지으며

들어갔어요.

 

눈물샘이

터졌는지 모르고

솟구쳐 오르는 샘물처럼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가만히 들어갔어요.

 

그 문으로

들어갔어요.

 

어찌 그리 아픈지

춥고

쓰리고

목마르고

기진하며

들어갔어요.

 

그 좁디좁은 문은

내가 박은 못 자국

내가 찌른 창 자국.

 

그 거룩한 손에

날 창조하신 그 전능하신 손에

날 위해 간절히 기도하신 손에

죄악의 못을 박았던 그 자국에

한 죄인이 들어갔어요.

 

그 정결한 심장에

날 품어주신 그 자비의 가슴에

차마

바로 찌르지 못하고

옆구리를 통하여

교묘히 찔렸던 창 자국에

한 죄인이 들어갔어요.

 

그 문은

당신의 상처 난 사랑의 문.

 

두 팔 벌리고

들어오라고 열어두신 긍휼의 문.

 

오늘도

그 문으로

들어갔어요.

 

고개 숙이고

가난한 마음으로

목마른 그대로

들어갔어요.

 

그 안에는

생명 샘이

흘러넘쳤어요.

 

“내가 목마르다”

부르짖는 그 음성과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다 와서 마시라”는

십자가 표지판과 함께.

 

그 생명수는

바로

내가 찌른 상처에서

나온 그 물과 피.

 

 

그러나

그때는

몰랐어요.

 

그 문으로 들어갔어도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목마르다”라고 부르짖는지

 

운명하셨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어요.

 

내가 마신 생명수가

내가 누리는 영원한 생명이

누구로부터 “말미암음” 인지

정말 몰랐어요.

 

그 안에

그 품에

안겨있을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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