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눈을 감으니까 하나님이 보여요- 정은하
열한시 월간지 258호
어젯밤, 9살 막내아들은 잠이 가득한 얼굴로 형아와 잠자리에 나란히 누워있었습니다.
‘웬일로 이렇게 조용하지?’라고 생각하며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어요. 항상 잠자리에서 형아와 장난치고 낄낄거리다가 투닥거리며 울기도 하고 혼나곤 했었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얌전하고 조용하더군요. 정자세로 누워 얼굴은 천장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입을 맞추고 쓰다듬으며 기도 후 이불 정리를 해주고 있는데, 막내아들이 눈을 감고 엄마를 꼬~옥 안으며 이야기합니다.
“엄마, 눈뜨고 천장을 보니까 마귀가 많이 보이는데 눈을 감으니까 하나님이 보여.” 그러고는 곧바로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는 마귀가 많이 보여 무서웠다가 눈을 감으니 하나님이 보여 마음에 평안을 얻고는 편안히 잠이 드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의 얼굴 같았습니다. 그때 성령님께서 주시는 메시지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말을 함께 들었으나, 이해하지 못할 큰 아이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감동대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동생에게 성령님이 역사하시는 이유는 순수하고 영이 맑기 때문이라는 것, 하나님께서 엄마와 형아에게 주시는 메시지가 있다는 것, 왜 이 시간 마귀가 많이 보이는지, 왜 이 시간 눈을 감고 하나님이 주신 평안함 속에서 잠을 자야 하는지 말입니다.
도둑, 살인, 마약, 범죄,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TV과 영화 시청, 야식 문화, 휴대폰과 게임중독, 우울감, 자기 연민, 자살… 등등 사탄이 활동하기 좋아하는 밤에 일어나는 악한 환경들 속에서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으면 하나님을 믿는 자라도 악한 영향을 받고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늦어도 10시쯤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좋으며, 그것이 영적으로도 유익하고 육적으로도 면역력 회복을 비롯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좋다고 이야기했습니다.
15살 사춘기 큰 아들은 종종 야식을 먹으려 하고, 늦게 자려고도 합니다. 엄마의 말에 순종하기보다는 사춘기 특유의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오늘도 또 그러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른 날과 달리 자기주장을 내세우거나 반항하지 않고 잠자코 엄마 말에 귀를 기울이며 동의하는 듯 듣는 모습에 감동이 되었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당장 내 눈앞에 모든 증거 아니 뵈어도 믿음으로 주를 붙잡고 의지하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제가 되길 기도합니다. 이 길의 그 끝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두 팔 벌려 맞아 주실 것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이 글을 정리하며 남기는 중에 하나님께서 중요한 한 가지가 빠졌다 하시네요. 마귀가 득실거리며 나를 시험하는 상황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잠깐의 유혹과 두려움에 휩싸이지 말고, 그럴 때마다 눈을 감으면 믿음으로 하나님이 보이고 내가 믿음 속에서 하나님을 보아야만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의 보좌를 바라보아야겠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기쁘고 감사한 예배드리는 날!
저희 집은 교회와 멀리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여러 번 이용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지요. 가족 모두 교회에 가면 그보다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남편과 중2 아들은 집에 있고, 엄마와 9살 아들만 교회에 갑니다. 착한 남편은 교회가 멀어 힘든 것을 알기에 대중교통 이용을 한 번이라도 덜어줄 생각으로 출장 가지 않는 한 거의 안식일마다 늦잠을 포기하고 근처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줍니다.
애교 많은 9살 아들은 도착한 지하철역에서 항상 아빠에게 찐~~하게 뽀뽀를 한~참하고는 아빠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헤어지곤 합니다. 저는 “여보, 고마워. 이따 봐~” 하고 인사 후 전철 승차시간을 지켜야 하기에 서둘러 아이 손을 잡고 계단을 급히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 왜 내가 아빠한테 뽀뽀하는지 알아?” 하고 묻습니다. 저는 매번 하는 뽀뽀라 별생각을 안 했기에 “몰라, 왜 뽀뽀하는데?” 하며 가볍게 물었습니다.
“오늘 교회 가서 죽을 수 있으니까…”
이, 하나님! 9살 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참으로 저보다 낫네요. 아이의 생각지도 못한 고백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먹먹해져서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에 마음을 가다듬고 부끄러움을 추스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야, 우리 항상 이런 마음으로 살자.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 거야. 그럼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야.”
아이는 지하철 안에서 귓속말로 속삭이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주 안에서 나누는 아이와의 대화가 너무 행복합니다. 엄마를 깨우쳐 주는 고마운 아들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