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호 부모와 자녀

부모와 자녀: 엄마, 또 이사가요? - 김순옥

열한시 월간지 257호

올해 가을 하늘은 유난히 깨끗하고 푸르른 것 같습니다. 또 그만큼 하늘 아버지의 자상함과 우리 가정에 세심하게 베푸시는 은혜를 더욱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늦은 나이에 사랑스런 아들을 낳고 이사를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양평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팔기도 하고 또 남의 집을 지어 주기도 하는 남편의 직업 때문에 한 해에 세 번도 이사한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아이도 어렸을뿐더러 집도 항상 새집에 이쁜 잔디마당까지 아들이 놀기도 생활하기도 여유로운 때였지요.

2014년 6월 11시교회 손목사님 말씀을 처음 듣고 8월부터 홈처치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듬해 아들이 일곱 살 되던 해 여러가지 일을 통해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하던 일을 접고 농사를 짓기로 결심을 하여 상주로 이사를 하면서부터 우리 가족은 드디어 광야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무 선택권이 없는 아들은 영문도 모른 체 그저 부모의 선택에 따라 양평의 전원생활에서 작고 냄새 나는 낡은 시골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지요. 이사한 첫날밤 큰 집 살림을 정리한다고 했는데도 작은 집으로 이사하니 짐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겨우 방하나 비워서 메트리스 깔고 깨끗한 이불을 깔아 놓았더니 그 위에 아들이 누우면서 이불에 얼굴을 부비며 “아~좋다” 하는 거예요. 속으론 “아들이 이런 집에 이사 와서 우울해 하거나 실망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고맙게도 순진한 아들이 포근한 이불 속에서 편안하게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감사했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 합니다.

그렇게 상주 시골에서 초등학교에 진학하고 아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고 또 타고난 성격 탓에 쉽지 않은 학교생활이었지만 주님의 은혜 가운데 잘 적응하며 어느덧 5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농사라는 것이 남자 뿐 아니라 여자의 도움 없이는 사실 많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내가 다리도 불편 한데다 갱년기에 접어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도저히 농사일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도 거의 남편 혼자 하다시피 했는데 그나마 조금 거드는 것도 앞으론 못할 것 같아 기도하고 남편과 상의 끝에 농사일을 정리하기로 맘먹었지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을 하고 살지 살짝 염려도 됐지만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 다 내 힘이 아닌 걸 알기에 이내 염려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로 이사를 갈지는 별 고민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늘 교회 가까운데 살았었기에 교회 근처로 이사를 가기로 했지요. 그런데 땅이라는 게 정리를 하려면 사실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리지 모르는 일인데, 마음 먹은 지 두 달 만에 땅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이구나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들이 또 새로운 곳에서 적응을 해야 하는데 이사하기 며칠 전부터 아들의 걱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정들었는데 전학가서 친구 못사귀면 어떡해”부터 시작해서 코로나 때문에 개학이 늦어져 친구들이랑 인사도 못하고 헤어진다고 슬퍼하고 아들은 며칠동안 계속 걱정과 슬픔에 잠겨 있었습니다. 이사를 며칠 남겨놓고 베갯잇을 적시며 아들이 소리없이 울기 시작합니다.

눈물을 얼마나 흘렸는지 코까지 막혀 숨쉬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아들한테 “이사가서 더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위로를 해주었지만 아들에겐 별 도움이 안되었지요. 아들이 갑자기 폰을 꺼내 들고 친구들 단톡에 문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애들아, 나 며칠 있으면 이사 가는데 너무 슬프다.” “보고 싶을꺼야” 등등 구구절절 썼는데 친구들의 답장이 “어쩌라구”서부터 “잘 가” “가든지 말든지” 이런 문자도 있는 걸 보고 더욱 상처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나중에 담임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니 남아 있는 친구들도 너무 섭섭해 하며 한참 동안 우는 아이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겨진 친구들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섭섭함을 그렇게 표현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아들과 미리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지만 또 부모의 선택에 의해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또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사를 하면서 아들에 대한 기도를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들은 친구가 제일 좋을 때입니다. 부디 주님의 섭리의 손길로 우리 아들이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도를 하였지요. 이사 날짜를 촉박하게 잡아 시간에 쫓겨 급하게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요즘 시골에 집도 잘 안 나오고 구하기가 어렵다는데 마침 집 구하는 날 막 집이 나온 게 있었습니다. 일년에 150만원…

텃밭을 할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인데 짐만 두고 사람이 살지 않았던 곳이라 거의 폐가 수준이었지만 도배하고 청소해서 어느정도 살집으로 만들어서 이사를 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이사해서 친구도 없고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꼼짝 없이 감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들리더니 밖에 아들 또래 서너 명의 남자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게 왠일인가 싶어 얼른 뛰어나가서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어디서 사냐고 물으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기쁜지 아들을 불러 서로 인사시키고 아이들끼리 이야기 나누게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집 마당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잘 사귀고 있나 살피면서 주님께 “감사합니다”가 입에서 계속 나오더군요. 그렇게 해서 아들은 그토록 원하던 친구가 그것도 가까운 이웃에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들은 6학년, 4학년 형제인데 참 예의 바르고 착한 아이들이어서 주님께 더욱 감사드렸습니다. 친구네 가족은 개신교회에 다니고 우리가 안식일에 교회 다니는 것도 알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전 두 형제가 어른들께 허락을 받고 하룻밤 같이 잠을 자자고 초대를 해서 아들을 데리고 가는데 양쪽에서 두 친구가 아들 팔짱을 끼고 가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고 보기 좋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하늘 아버지께 얼마나 감사한지 ‘여호와 이레’ 예비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앞으로 아들이 그 좋아하는 게임을 줄이고 이렇게 우리에게 부족함 없이 채워 주시는 주님을 알아가고 감사드리는 아이가 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그 전에 우리 부부도 아들에게 그리스도인의 본이 될 수 있도록 쉼없이 기도드려야겠지요. 잦은 이사로 인해 그리고 점점 더 집에 대한 환경이 좋지 않지만 늘 큰 불만 없이 따라와 주는 아들이 정말 고맙고 또 때에 따라 부족함 없이 예비해 주시고 채워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남편이 얼마 전에 깨달은 말씀으로 우리 가정의 경험을 나눕니다.
잠언 16장9 절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주님께서 인도하는 길로 어디든 따라가는 우리 가족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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