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하루[육아일기]

행복한 하루[육아일기]

– 박정수


단비가 며칠 전부터 “엄마, 동물원에 가고 싶어요.”라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왜냐하면 그림책 속에 동물원 그림이 나올 때마다 아빠 엄마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 날씨 따뜻해지면 동물원에 가보자”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단비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휴식을 취하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단비 아빠는 아침 일찍 가서 사파리만 타고 오자며 제안했습니다. 내 생각과는 달랐지만 딸이 원하는 것을 들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임을 알 수 있었기에 부랴부랴 간단하게 준비하여 오월드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 햇빛도 없고 추운 날씨였지만 기뻐하는 단비를 보니 우리 부부도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예정대로 10시부터 운행하는 사파리가 12시부터 한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밖에서 오래 있게 된 것이 속상했습니다. 또한 이렇게 추운 날 여기 오자고 제안했던 남편을 원망하고 싶은 충동이 약간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께 내 마음을 드리고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하루를 보내게 해 달라고 기도한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내 앞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좋아하는 단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러자 그저 예수님께 기도하며 순리에 따르자는 마음으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 사파리 타기 전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니까 단비가 좋아하는 동물들도 둘러보고 걷기 운동도 하면 좋겠다.’ 다시 기쁜 마음으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날씨도 춥고 3시간이나 밖에 있다 보니 다리가 조금 아파 징징대긴 했지만 기분 좋게 동물원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들어오니 따듯한 온기에 저의 몸은 사르르 녹아들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쉴 틈도 없이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일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바로 뒷마당에 꽝꽝 얼어붙은 얼음을 깨내고 치우는 일이었습니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기에 손수 깨지 않으면 물이 빠지는 구멍이 없어 하루빨리 해야 했습니다. 남편은 혼자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여보, 나 좀 도와줘! 얼음이 너무 두껍게 얼어붙어서 혼자 하기 힘들어요.”라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순간 내 마음 속에서는 ‘따뜻한 방에서 쉬고 싶은데 혼자서 하면 안 되나?’하는 마음과 ‘도와줘야지, 같이 하면 빨리 끝내고 함께 쉴 수 있어서 좋잖아.’라는 양심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 갈등이 되었지만, ‘맞습니다! 저는 돕는 베필이지요?’하며 하나님께 기쁨으로 순종하였습니다.


“단비야, 나가서 아빠 일 도와주자.” 하니 단비도 좋다며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두꺼운 장갑을 끼고 우리는 함께 뒷마당으로 갔습니다. 오전에는 흐리고 쌀쌀했는데 오후에는 햇빛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따뜻했습니다. 남편은 얼음을 깨부수고, 단비와 나는 수레를 이용하여 크고 작은 얼음조각을 싣고 얼음이 녹을 수 있는 곳에 버리는 일을 했습니다. 깔끔쟁이 단비의 장갑이 흙 범벅이 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징징거리며 투정을 부릴 만도 한데, 아빠 엄마와 함께 웃으며 이야기도 주고받고 장난도 치며 얼음놀이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일을 하는 중간중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단비가 얼음을 다 치우고 나서 쪼르르 달려오더니 “엄마, 오늘 재밌었어요. 그리고 좋았어요.”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사소한 일인 것 같지만, 하나님 말씀에 매 순간 순종했을 때에 오는 축복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축복을 각자가 누리며 가족 간에 협력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기쁨을 누리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우리의 몸과 혼과 영의 모든 능력이 그리스도의 싸움에 투입되어야 한다. 우리는 힘과 은혜를 얻기 위하여 그리스도를 바라보아야 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다.”


오늘과 같이 선택의 기로에서 성령님의 호소에 반응하는 매일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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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간지 [열한시 261호 성령의 임재를 사모하라]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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