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로 썩어보기 [부모와 자녀]

[부모와 자녀] 한 알의 밀알로 썩어보기

– 익명

 

이번 주가 둘째 아이 여름 방학 마지막 주라 여러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만남을 가지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의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가족들에 대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분은 매우 깔끔하고 정리 정돈을 잘하시는데 비해 남편분은 그런 쪽의 관념이 희박하시다 보니 늘 아내분의 심기를 건드리는 그런 고충이 있으시더라고요. 저는 이제껏 불만 있는 쪽이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남편분이 아내의 성향을 아실 만도 한데 좀 맞추어 주면 좋으련만~ 하고요. 사실 별로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게… 예를 들면 칫솔을 제대로 걸고, 욕실을 다 쓴 후 물을 한번 쓱 뿌리는 간단한 일입니다.

저에게도 가족들이 어떤 불평을 하며 요구를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요구할 때도 있고요.
한 번은 큰 아들이 빨래를 너는데, 널 때 자기 옷은 목이 늘어나니 옷걸이를 아래서 넣어 목으로 빼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순간 짜증이 났습니다. 바쁠 때가 많은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 집안일을 하는 데다 성인 몸인 아이는 옷걸이를 목으로 넣어 걸어도 목부분이 커서 늘어나지 않는데도 ‘까다롭게 구시네’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를 설명해도 바득바득 늘어난다고 우깁니다.
그래서 아이 요구대로 맞추어 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주문을 했고 또 한 번은 내게 너무 참기 힘든 무리한 요구를 하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못한다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18살 훌쩍 커버린 그 아이는 제가 신앙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리고 유사 성인이라 자기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사실 별로 해 줄 게 없습니다.
저 아이에게 어떤 큰 것을 못 할지언정 요구하는 것이라도 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막상 해보니 그전에는 하면 죽을 것 같았는데, 생각만큼 힘들지 않은 겁니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요. 제가 보기엔 너무 지나치고 합리성이 없지만…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군말 않고 따라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조금 성향이 센 두 가족은 어찌어찌 나를 그들에게 맞추어 주었는데 가장 만만했던 둘째는 제가 알게 모르게 아이 취향을 무시했더라고요. 그러나… 그 아이와의 관계도 하다 하다 안 되는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니(하나님이 지혜 주셔서) 그토록 맞추기 싫었고,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생각조차 안 했던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이제 맞춰 주고 있습니다.

스킨십 싫어하는 제가 스킨십에다 온몸으로 놀아 주고 걸을 때도 어깨동무하고 자주 오버하며 때려 주고? 등등 내 모양을 바꾸니 아이가 변해 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죽을 것 같이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얼마 전 새벽줌 교제 요한계시록 책에 나오는 인도 선교의 아버지, 윌리엄 캐리의 말이 제게 큰 도전을 주어 그때부터 제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데요.
하나님으로부터 위대한 일을 기대하라!
하나님을 위하여 위대한 일을 시도하라!
이 말을 실천하고 싶다고 기도했을 때 하게 하신 것이 아프리카 선교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취미를 바꾸고 가족을 위해 내 취향을 바꾼 것!
이것이 제가 요즘 주님이 힘주셔서 시도한 내게 적용한 ‘위대한 일’입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게 제게는 어떤 면에서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밀이 나는 것. 또 내가 죽고 그리스도로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벌레가 나비의 세상을 모르다가 나비가 되어서야 새로운 세상이 열리듯 상대에 나를 맞추어 내가 변하니 새 세상이 펼쳐집니다.
상대의 중요한 가치나 추구하는 바를 탐색하십시오! 그리고 그것이 진리 문제가 아닌 이상, 상대의 요구를 실행해 주십시오!

단언컨대 주님이 힘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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