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교황청 [신앙기사 1부]

“그중에 십 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삼키운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 6:13).

 

이 세상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 시키고 없애기를 원했던 사탄은 자신의 대리자를 통해 꾸준하고 활발하게 일해 왔다. 카톨릭은 1229년 톨로사(Tolosa) 종교 회의에서 성경을 금서 목록에 포함해 집에 성경이 한 권이라도 숨겨져 있으면 화형이나 참수형의 이유가 되었으며, 또한 성경을 번역하거나 전달하는 행위도 역시 그와 같은 중벌의 사유가 되었다. “[7] 여호와의 율법은 완전하여 영혼을 소성케 하고 여호와의 증거는 확실하여 우둔한 자로 지혜롭게 하며 [8] 여호와의 교훈은 정직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호와의 계명은 순결하여 눈을 밝게 하”(시 19:7,8)기 때문이다.
그러나 12세기 왈덴스인들과 14세기 영국의 개혁자 위클리프, 16세기 독일의 루터와 영국의 틴데일 등 목숨을 내건 개혁자들의 희생으로 마침내 성경이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종교개혁의 불길이 초원의 불길처럼 세차게 번졌다.
성경 연구를 통해 영적인 시력을 회복하게 된 개혁자들은 카톨릭의 온갖 교리와 면죄부, 고해성사, 고행에 의한 속죄, 행함에 의한 구원, 미사, 유물숭배와 성상숭배, 마리아의 중보, 연옥 교리, 죽은 사람을 위한 기도, 성자숭배, 화체설, 잔인무도한 종교재판…. 성경에 비추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 천주교회 안에 가득한 것을 확인했다. 종교개혁자들은 이러한 배도를 주도한 교황청이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 그리고 사도 바울이 데살로니가후서에 예언한 바로 그 적그리스도의 세력이라고 외치며 “Sola scriptura!”(오직 성경!) 개혁을 촉구했다.

종교개혁의 샛별 위클리프(John Wycliffe, 1320~1384)를 비롯하여 프라하대학 총장으로 화형당한 후스(Jan Hus, 1372~1415), 카톨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힘쓰다가 화형당한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a, 1452~1498), 루터(Martin Luther, 1483~1546), 멜란히톤(Philipp Melanchthon, 1497~1560), 스위스의 츠빙글리(Ulrich Zwingli, 1484~1531), 최초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죄로 화형을 당한 옥스퍼드 출신의 학자 틴데일(William Tyndale, 1494~1536), 스코틀랜드의 개혁자 존 녹스(John Knox, 1514~1572), 존 칼빈(Jean Calvin, 1509~1564),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도 교황을 적그리스도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궁지에 몰리게 된 카톨릭은 트렌트 종교회의를 열어 면죄부 제도와 연옥의 교리를 비롯한 모든 교리를 그대로 옹호할 것을 재천명하고,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을 <저주받을 이단 교리>로 정죄했다. 그리고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는 모든 이단자를 벌하기 위해 1542년 악명 높은 종교재판을 부활시켰으며, 1564년에는 종교문서 출판과 개인적인 성경 연구를 철저히 통제하기 위해 다시금 성경을 금서로 만들고 가지고만 있어도 고문과 화형에 처했다. 또 카톨릭이 인정하는 성경 해석 외에는 일절 허용하지 않기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성경 예언에 근거해 교황을 적그리스도로 선언한 개혁자들의 논증은 변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응만으로는 개혁자들을 공격하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교황청은 예수회 신학자인 알카자와 리베라를 통해 “과거주의”와 “미래주의”라는 새로운 예언 해석을 만들었고, 미래주의 해석의 한 부분으로 7년 대환난 및 비밀 휴거 사상이 탄생하게 되었다.

 

⑴ 알카자의 과거주의: 계시록의 전반부는 유대인의 메시아 거절과 예루살렘 멸망에 관한 사건이 성취된 것으로 적용하고, 후반부는 로마제국의 멸망에 관한 사건으로 적용하면서 적그리스도는 ‘네로 황제’라고 해석하여 로마 카톨릭과는 상관없는 예언으로 만들었다.
요한계시록의 1260일(계 11:2, 12:6)은 과거에 유대인이 그리스도인을 핍박한 기간으로, 다니엘서의 같은 기간인 “한 때, 두 때, 반 때”(7:25)는 과거에 시리아 왕 안티오커스 에피파네스가 유대인을 핍박한 기간으로 적용하여, 교황이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의 적그리스도로 해석될 소지를 없앴다.

 

⑵ 리베라의 미래주의: 계시록의 첫 부분은 요한 당시에 해당하는 예언이지만, 나머지는 마지막 시대 하나님을 모독할 어떤 독재자인 적그리스도라고 하면서, 그가 활동하는 3년 반 동안 성도들을 핍박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기간에 그는 하나님처럼 행세하고 세상을 다스리며 예루살렘에 성전이 재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세대주의” 예언 해석의 기원이다. 리베라는 이와 같은 미래주의 예언 해석 원리를 제시함으로써 하나님을 모독하며 수많은 성도들을 학살한 진짜 적그리스도인 로마 교황은 감추고 적그리스도는 마지막 때 나타난다는 이론을 펼쳤다.
우리가 기독교 서점에서 심심찮게 읽게 되는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 주석의 기원이 바로 이것이다. 오늘날 카톨릭교회가 미래주의 해석을 지지하고 적그리스도는 한 개인일 것이라는 리베라의 주장을 따르고 있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카톨릭이 종교개혁을 방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이 미래주의(세대주의) 신학이 개신교회 안에 들어와 가르쳐지고 있으니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개혁자들에 의해 적그리스도의 정체가 폭로되어 곤궁에 빠진 교황청이, 적그리스도인 자신의 신분을 은폐하기 위해 파 놓은 신학적 함정에 개신교회가 여지없이 빠진 것이다.

“그중에 십 분의 일이 오히려 남아 있을지라도 이것도 삼키운바 될 것이나 밤나무, 상수리나무가 베임을 당하여도 그 그루터기는 남아 있는 것같이 거룩한 씨가 이 땅의 그루터기니라”(사 6:13). 열매 맺는 수많은 나무가 베임을 당해도 하나님의 보호와 돌보심 가운데 생명을 싹 틔울 수 있는 그루터기는 남기셨다. 이 생명에서 새로운 나무가 자라게 될 것이다. 사탄의 노력과 열성보다 하나님의 능력은 더 크고 강하시며 태초부터 지금까지 신실하게 세상의 흥망성쇠를 주관하고 계신다. 하나님께서는 악이 세상을 지배한 것 같은 상황에서도, 진리가 전멸된 것 같은 황폐함 가운데서도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고 가르칠 진리의 전수자들, 거룩한 씨를 남겨 두셨다.

 

추천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