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랑해요 [육아일기]

– 이명옥

엊그제 밤에 아이를 재우고 소파에 앉아 소리 없는 눈물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언제 또 주님 손을 놓쳐버린 건지 나를 도우시는 주님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려는 나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 주님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쉬고 싶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함께 얼굴에도 웃음기가 없어졌습니다. 아이도 엄마의 태도에 사랑이 느껴지지 않으니 하루 종일 칭얼거리고 짜증만 냅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계속 투쟁하는 가운데서 고민했습니다.

 

“주님 저의 죄를 깨닫게 해주세요.”
그러면서 계속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아, 내 아이가 나의 우상이었구나! 내 아이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주님께서 나보다 더 내 아이를 사랑하신다는 걸 잊어버렸구나!’
(아이가 물을 안 먹는 문제 때문에 근심하다가 우울한 마음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시험이 들었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모두 해보고, 그 이후의 일들과 모든 근심 걱정하는 마음은 모두 주님께 드려버리자! 하고 생각하니까 다시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어린아이같이 단순한 마음으로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그 마음 말입니다. 주님께 맡겨버리니,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고 주님의 멍에를 지는 것은 참 쉬워졌습니다. 이제 다시 아이에 대한 사랑이 샘솟았습니다. 아이를 재우려고 방에 들어가 배 위에 아이를 눕히고 찬송을 불렀습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까지 부르는데 갑자기 목이 메어옵니다. 이 찬송을 부르는데 몇 년 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결혼하기 전 일입니다. 이십 대 중반에 부모님과 함께 호수 공원에 갔다가 2인용 자전거 하나를 빌려서 아빠는 앞에, 제가 뒤에 타고 공원을 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못 타는 저에게 자전거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려고 아빠는 열심히 페달을 밟으셨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은 날이었습니다. 푸른 풀과 꽃, 나무, 파란 하늘, 눈부신 태양,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산뜻한 날에 이렇게 가족과 오붓하게 공원에 나와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서 아빠의 등 뒤에서 찬송을 불렀습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중간까지 부르는데 갑자기 아빠가 따라서 부르시는 게 아니겠어요? 저희 아빠는 무신론자이시며 하나님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사시는 것만 같았거든요. 깜짝 놀라서 “아빠, 어떻게 이 노래를 아셔요? 하나님 찬송을?”라고 여쭤봤더니 어렸을 적에 교회에서 나눠주는 빵이랑 사탕을 먹으려고 열심히 교회를 다니신 적이 있으셨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부른다고 그걸 따라 부르시다니, 아빠도 하나님 생각을 가끔은 하시는 게 분명해. 아빠의 구원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옛날 기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 떠올랐다고 왜 눈물이 난 걸까요? 여러 가지 표현들이 떠오르지만, 한 단어로 줄여서 말하자면, ‘하나님이 아빠를 사랑하고 계시는구나. 하나님께서 아빠의 영혼을 찾고 계시는구나.’ 그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긴 세월 동안 부모님을 참 많이 원망했던 저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보니 저희 부모님이 얼마나 좋으신 분들이었는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참 힘들었을 텐데, 예수님도 모르시니 의지할 데도 없었을 텐데… 어쩌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힘드셨을 텐데, 그런데도 부모라는 자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신 것 자체가 너무 대단하고 존경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술 담배 하는 아빠 원망하고 비난하던 시간이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러셨을까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왜 아빠는 딸의 비난에도 아무 말씀 안 하시고 지내셨을까요? 힘들어서 그런 거라고,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얘기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힘들어도 힘든 내색해서는 안 되는 부모의 자리, 울고 싶어도 웃어야 하는 부모의 자리, 아파도 아프지 말아야 하는 부모의 자리! 내가 그렇게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나의 부모님을 말할 수 없는 긍휼함으로 바라보고 계셨겠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주님, 제가 예수님을 더 많이 닮아서, 예수님을 더 많이 본받아서, 저희 부모님에게 하나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저희 부모님이 세상의 무거운 짐을 벗고 하나님이 주시는 가벼운 짐만 지고 즐겁고 행복하게 여생을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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