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간증 1] 청소도구 그리고 진리

[생활간증 1]  청소도구 그리고 진리

– 남형주

 

저희 집 큰 아이가 19살인데 그 아이가 4살 때 아이 친구 엄마로 또 교회 성도로 만난 집사님이 있습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분인데 그분이 저희 집이 이사했을 때 물걸레 청소기를 사주었는데요, 써보니 너무 좋다고 하면서요. 그때 15년 전에 3~4만 원대 하였었지요. (지금도 그 가격 그대로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 그렇게 배워서인지 늘 면 걸레를 가지고 손으로 닦는 게 오랜 습관이 되어 있었고 제 속에 무슨 이유인지? 면 걸레는 좋고 소위 폴리제질 걸레는 안 좋다는 그야말로 선입견이 가득 차 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상대가 좋다고 해도 내 선입견이 있으니 쓰는 둥 마는 둥 결국 청소도구 놓아두는 곳에 고이 모셔져 있었지요.
무릎 꿇고 닦는 게 무릎에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고 손으로 닦으면 아주 깨끗하게는 닦이는데, 무릎이 못생겨지는 건 눈에 확연히 보임에도 10년 정도를 손으로 닦아왔습니다.
집 평수가 넓어졌음에도 손으로 닦는 걸 고수하다가 제 체력도 달리고 시간도 바빠져서 어느 날부터 면 걸레를 끼워 닦는 밀대 형태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걸레는 힘이 많이 들고 걸레를 자주 갈아 주어야 하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남들이 더 좋은 걸 쓴다고 해도 별로 관심 안 가지고 그대로 쓰다가 지난 1월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이 넓어 청소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니까 원장님이 청소기를 소개해 주셨답니다
그래서 그 청소기를 사야지 하고 생각하던 차에 아는 동생 집에 놀러 갔는데 청소기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많이 고민하고 따져 보았다며 더 좋은 물걸레 청소기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저는 전자제품 살 때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후로 꼼꼼히 따져보고 생각하다가 드디어 30 몇만 원을 주고 물걸레 청소기를 샀습니다. 그 청소기는 사용도 편하고 잘 닦여서 대만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너무 좋다고 주변에 홍보를 할 정도였지요.
그 걸레를 쓰면서 보니 면 걸레가 아닌데도 잘 닦였고 거기다가 깨끗하게 닦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건데 걸레에 물이 좀 흥건~해야 잘 닦인다는 사실입니다. 그전엔 물을 꼭 짰었거든요.
그렇게 한두 달을 잘 썼는데 저희 집에 강아지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바닥이 잘 더러워지는데요.
저는 바닥 더러운 걸 못 참는 성격이라… 늘 바닥상태를 잘 살피는데 그날도 바닥이 더러운 거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무선 물걸레 청소기이긴 해도 전자제품에서 오는 불편함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맘먹었을 때 쓰윽~ 닦을 수 있는 도구 없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선물 받은 그 밀대 한번 써 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마침 바닥이 더러워졌다고 느꼈을 때 쟁여 둔 그 청소 밀대를 꺼내 닦아 보았습니다.

헐~~ 너무 가볍고 잘 닦이고 양쪽에 하나씩 끼워 돌려가며 닦으니 한번 끼워서 넓은 평 전체가 몽땅 닦아지는 게 아닙니까~! 함께 구성품으로 준 손잡이 있는 걸레는 선반, 책상 등을 닦는데 제격이더라고요. 한 번씩 쓸 때도 그냥 빨고 말리면 끝~~

아! 그 십수 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상받을 건가? 이렇게 좋은 청소기가 바로 내 옆에 떡하니 그것도 내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선물로 주어졌음에도 그동안 불편하게 살아온 세월이여~! 돌려줘… 흑흑
나의 완고했던 지난날이 어찌나 한심하던지! 비싼 거 산다고 돈 쓰고… 그전에는 몸으로 고생만 하고… 잉잉 정말 울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남편이 자주 바닥을 닦아주는데, 남편에게도 자초지종을 말하며 쓰라고 했더니 아주 만족해합니다.

이상 저의 물걸레 청소 정착기였는데요. 그럼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나 곰곰이 따져 보았습니다.

먼저는 제 속에 선입견, 이 고약한 선입견 때문이었습니다. 면 걸레가 좋아, 폴리 걸레는 안 닦여~!
아무리 주변인들이나 광고에서 선전해도 심지어 제가 직접 사용했어도… 눈이 가려져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습니다.
둘째, 불편하면 얼른 개선했어야 했는데 저의 마음이 매우 우둔하고 완고했습니다. 그러니 몸이 생~고생…
우리는 무언가를 엄청 완고하게 붙들고 있어서 고생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금도 아마 제게 그런 부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진리 문제일 것입니다.
손계문 목사님 설교를 보내 드렸던 분들 중 깊이 대화해 보니 한 분은, 자신은 많은 사람을 만나 보아 사람 볼 줄 아는데 신뢰 가는 얼굴이 아니라 합니다. 목사님은 그런 분이 아니라고 하면서 내가 겪은 목사님에 대해 설명해 주어도 이미 자기 안에 <쇠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음이 느껴졌고 또 한 분은, 목소리가 맘에 안 들어 신뢰 안 간다며… 한숨 나오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물론 두 분 다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예수님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흠모할 만한 외모나 풍채가 아니었고 가난하고 문벌 좋은 것도 아니었다고… 그래서 당시의 유력자들이 배척했다고 말해 주었으나 소용없더라고요.
우리는 아주 사소하고 미묘한 완고함, 어리석음의 선입견이 마음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각양 좋은 것들을 걸러 내어 던져버리는 얄궂은 습성들이 다들 있습니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고생하고 결국은 영벌에까지 처해지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까지 하는데요. 일단 우리는 무언가 불편하고 힘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충격이 와야 바꿉니다. 그리고 그것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찾아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깊이깊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헛되지 만은 않더라고요.
하여튼 이 모든 것 위에 성령의 도우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주여! 나의 완악하고 패역한 마음을 마구 갈아엎어서 나의 상태를 똑바로 보게 하시어 선한 길, 옳은 길로 항상 인도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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