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간증] 주님과의 경험의 노래

[생활간증]  주님과의 경험의 노래

– 박예반

 

아들 병의 시작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지만, 어느 병원도 이 병에 대해 알지 못했다. 병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시작되었지만, 병원은 감기 또는 폐렴으로 오진했고 열이 계속 오르니 입원 퇴원을 반복하게 되었다. 어느 날 증상이 완화되면서 우리는 완치되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고요한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시간이 익숙해지던 어느 날, 아들은 고통을 다시 호소하게 되었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급기야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고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아들을 아프게 했다. 그날 밤 우리는 부산 ㅂ병원 응급실로 들어갔고 그때부터 고통의 투병 생활은 시작되었다. 병원은 온갖 실험 대상자로 아들을 사용하는 듯하였다. 담당 과만 바뀔 뿐 아들의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이 검사 저 검사 그리고 뇌 수액과 척수의 수액까지 빼가며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어린 스물네 살의 청춘은 점점 힘을 잃어갔고 빛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의사 선생님과 상담 중 의사가 양심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 병원은 당신의 아들을 고칠 수 없습니다. 무슨 병인지조차 저희는 모릅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그런 말을 절대 안 할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는 이 병원을 신뢰하지 말고 빨리 퇴원하십시오. 그리고 서울의 큰 병원으로 더 늦기 전에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권유해주었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자신이 이런 말을 하였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였다. 병원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그 여의사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나 더 큰 숙제가 앞에 놓였다. 서울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 것인가? 또 예약은 어떻게 해야 하지? 예약한다고 하여도 진료받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그 사이 아이는 어떻게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막막했다. 하지만 마냥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뒤로 하고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야기하였다.
병원을 의논하고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눈 뒤에 통화를 끝내니 옆에 앉아 계시던 여자분이 전화 내용을 들었다며 자기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생전 처음 보는 분이었다. 자기 조카가 서울 세브란스병원 의사라고 이야기하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말 소설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였다. 주님은 의사를 그것도 우리에게 꼭 맞는 의사를 준비해 놓으셨다.

이틀 뒤 세브란스 병원 예약이 잡혔고 우리는 급히 서울로 가야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얼마나 있어야 할지, 지내는 경비와 병원비 등이 걱정되어서 다시 낙심하고 있는 그때 주님은 또 일하셨다. 기차역으로 출발할 때쯤 갑자기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냐고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평소 같으면 별일이 있어도 없다고 하였을 텐데 아들의 위험한 병 앞에서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던 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울면서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제 돈도 걱정이며 카드도 한도가 차서 거의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오빠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올라가라며 일단 500만 원 보내줄 테니 가서 경비랑 병원비로 쓰고 모자라면 전화하라고 이야기하였다. 통장을 확인해보니 51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나는 무심코 500만 원이면 500만 원이지 10만 원은 뭐지? 이때 오빠에게 메시지가 왔다.
‘510만 원 보냈는데 10만 원은 너를 위해서 보낸 거야. 사랑하는 내 동생, 맛있는 거 사 먹고 힘내라.’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 순간 나 혼자 아들의 병 앞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지내는 것 같았는데 상한 나의 심령이 오빠의 10만 원으로 충분히 위로되고 평안함이 임했다. 주님은 어쩌면 이렇게 일하실까? 깜찍한 10만 원의 위로까지…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난 그냥 주님을 알고만 있었고 기도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근데 주님께서는 나의 모든 형편을 아시기에 나 대신 일을 하셨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니 그 급박했던 순간과 짧지만 마치 영원의 시간 같이 느껴지는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주님께서 나에게 행하신 그 기이한 일들!
나와 주님과의 경험의 노래!
하나님을 어찌 찬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병원에 갔더니 저희 아들과 같은 특이한 환자를 6명 정도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병명은 타카야수 대동맥염이라는 희귀 자가 면역 질환이라고 했다. 위험하고 어려운 병이며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질병이지만 이 병으로 인해 죽지는 않는다고 했다. 세브란스 병원을 적당한 시기에 정말 잘 왔다고 하였다. 다른 병원에 갔으면 치료 시기가 더 늦어졌을 거라고.
이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믿고 알고 따르고 있는 나의 아버지 그분이 행하신 일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분이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위로를 잊을 수 없다. 기도조차 할 수 없었던 나의 외로움과 고통의 순간을 주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셨고 일하고 계셨다. 위로의 이벤트까지 잊지 않으시는 그 위트 넘치는 사랑의 주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의 위로 자, 나의 산성, 나의 반석이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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