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수 강가로 [육아일기]

생명수 강가로  – 이명옥

아기가 태어난 지 벌써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코로나가 터지고 태풍에 장마, 몸까지 아프다 보니 마음이 참 많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작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아기를 왜 저에게 주셨나요? 도저히 이 아기를 밝고 건강한 아이로 키울 자신이 없었습니다. 한 아기의 엄마가 될 자격이 없는 저를 왜 잉태케 하셨나요?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할 때 하나님을 원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감사한 것은 육적으로 영적으로 많이 나약해져 있을 때에 형제자매님들을 통해서 ‘하나님은 사랑’이심을 경험하게 해주셨습니다. 또 마음을 열고 형제자매님들과 교제하는 것이 영육 간의 치유와 회복의 지름길임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말씀에 대한 굴복과 그 유익에 대해서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큰 시련을 거치고 이제는 결코 주님을 신뢰하는 믿음에서 떠나지 아니하리라 결심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결심이 무색하게도 남편과 이웃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와 증오심이 일어났고 그런 마음에 정복되지 않기 위한 힘겨운 투쟁으로 또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하루도 쉬는 법이 없이 남편에 대한 판단, 이웃에 대한 판단과 정죄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기도를 하고 열심히 말씀을 보아도 그 미움과 원망스러운 마음이 내 속에서 떠나가지 않고 거머리처럼 붙어있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마음이 폭발해서 남편에게 목이 쉬어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마음속에 있었던 더럽고 추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산책하던 길, 전화기에다 대고, 사람 많은 곳에서 울며불며 통곡을 하였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보았습니다. 몇몇 초등학생들은 야유하고 놀려댔습니다.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창피하네요. 그렇게 남편과 전화를 끊고도 여전히 분이 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꺼이꺼이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님의 음성이 들렸습니다.

‘속절없는 너의 모습에 실망하여 절망하지 말아라.

자책감에 빠져 나를 붙잡는 믿음의 손에서 힘을 빼지 말아라.’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내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철저히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부정하고 버리는 기도를 간곡히 드렸습니다. 그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그것을 버리지 않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남편을 출근 보내고 아기가 자는 시간에 손 목사님께서 녹음해 놓으신 ‘산상수훈’을 틀어놓고 집안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말씀 한 말씀이 다 내게 주시는 말씀이었습니다. 바로 지금, 내게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려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달콤하고 좋아서 평생 죽을 때까지 몇 백 번이고 다시 읽고 또 읽겠노라고 그 자리에서 다짐을 했습니다.

내가 의로운 사람이었을 때는 그냥 의무적으로 읽고 피곤해지면 얼른 덮어버리고 마는 말씀들이었는데, 내가 얼마나 심각한 죄인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자 그 말씀들은 제게 영생의 말씀으로 다가왔습니다.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를 부인하고 주님의 말씀 앞에 죽는 것이 얼마나 유익한지요!

지금은 남편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아기에게도 늘 밝고 활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문득 바쁘고 분주한 일상 가운데 주님 손을 놓쳐버릴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제게 베푸신 은혜를 잊지 않고 늘 듣고 순종하고자 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말씀 앞에 나아오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생명수 강가로…

이 글은 월간지 [열한시 260호 코로나와 다가오는 핍박의 시대]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추천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