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최고의 교과서, 천연계

[부모와 자녀]  최고의 교과서, 천연계

– 김수길

 

고구마밭에 풀이 무성합니다. 씨 뿌리지도 않고 돌보지도 않는데, 풀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제가 세운 원칙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풀은 손으로 매야지요. ^^;
남편은 예초기로 주위 풀을 베고 나서 양괭이로 밭고랑을 긁습니다. 저는 호미로 풀을 매고 그동안 아이는 돗자리 위에서 허기도 달래고 숙제도 합니다.

땅이 딱딱해 호미질하기가 쉽지 않지만 슬슬 뽑아내다 보면 진도가 나갑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잊히지 않습니다.
그날은 할머니와 대파밭을 매고 있었는데 매도 매도 끝이 없고 할머니는 앞으로 쑥쑥 나가시는데, 어린 나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고, 날은 덥고 집에는 가고 싶어 꼼지락대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한 마디 하셨습니다.
‘눈같이 느린 것이 없고 손같이 빠른 것이 없단다.’
여덟 살쯤 되었을 텐데 그 말씀이 마음에 박혀서 잊히지 않았습니다. 살아오면서 눈앞에 일이 산더미처럼 보일 때마다 할머니의 그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시절 저만큼 자라난 딸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해줍니다. 무슨 일이든 겁먹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성실하게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뒤 돌아보니 풀 맨 자리가 시원해졌습니다.
나의 죄 된 마음도 풀과 함께 뽑아내 버리고, 딱딱한 마음 밭도 기경해 옥토로 만들기를 바라면서… 끊임없는 투쟁의 시절을 보내야 했던 예수님, 목수의 아들로 매일 성실하게 노동하셨던 예수님을 묵상하며 힘이 들지만 귀하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래 시는 부모님이 일하는 동안 아이가 한 숙제입니다.

 

[잔디]

마당으로 나가니 잔디가 있네
잔디를 밟아 버렸네
잔디야 미안해 미안해…
하는 순간 잔디가 벌떡 일어났네
잔디는 힘도 쎄

잔디가 넘어지고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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