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체벌

[부모와 자녀] 체벌

– 정은하

 

몇 달 전 일입니다.
제 10살 막내아들과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9살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활발한 제 아들을 잘 따라다니고 같이 놀이터에서 놉니다.
사실 그 아이의 거친 말투, 예의 없는 행동들, 그 나이에 좀 지나치다 싶은 지출과 늦은 귀가시간들을 볼 때 같이 어울리는 것이 염려가 되었지만 그 아이가 있다고 활발한 제 아이를 놀이터에 내보내지 않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 제 아들이 그 동생이 떡꼬치를 사주고 500원도 주었다고 하기에 ‘그 정도는 고맙게 먹고 인사하는 것은 좋지만 계속 얻어먹으려 하지는 말고 또 돈을 받는 것은 아닌 거 같다. 남에게 돈을 받지는 말아라.’라고 아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느 날 제 아들이 그 아이에게 2만 원을 받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5만 원이 생겼다며, 제 아들이 좋았는지 그냥 가지라고 2만 원을 준 것이었죠. 제 아들은 그 2만 원으로 친구들에게 편의점과 문방구에서 먹을 것과 장난감 긴 칼을 사서 나눠주고 같이 칼싸움도 하고 실컷 놀다가 잔돈이 3천 원정도 남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듣고 이미 알고 있었던 저는 화가 단단히 났습니다. 2만원을 받았다고?!! 그리고 그걸 다 썼다고?!! 하……
아들은 엄마가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들어왔지만, 이미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자신을 깨닫고 있었는지 표정이 불안하고 눈치를 보며 움츠러든 모습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아이를 방으로 들어오게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으나 대답을 못합니다. 곧 제가 말로 해서 안 들으니 어쩔 수 없다! 하고 매를 가지고 바닥에 탁! 내려놓고는 다 알고 있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라 하니 그제야 매를 보자마자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치며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돈을 뺏은 것도 아니고 훔친 것도 아니지만 전에 당부했던 돈을 받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은 것에 화가 나서 저는 당장이라도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매를 들것만 같은 충동의 유혹에 휩싸였습니다.

 

그런데 감정은 빼더라도 매를 드는 훈육의 방법이 지금 맞는 걸까? 확신이 서지 않았고 매때문에 겁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돈을 받았을 때, 아님 돈을 쓰는 중간에라도 아니 다 쓴 후에라도 엄마의 말이 떠올랐을 텐데 또 성령님께서 아들의 양심에 알려 주셨을 텐데 왜 돈을 쓰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을까? 아님 다 쓴 후에라도 왜 솔직하게 먼저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걸까? 겁먹은 아이를 바라보며… 내가 그동안 뭘 잘못해왔던 것인가?
가슴이 답답하고 어떻게 하면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까? 짧은 순간 긴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잠시 강하게 휩싸이고 있었던 감정의 흐름을 억지로 멈추고 육신을 꿇어 엎드려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매를 써야 할 것만 같은데 하나님 뜻이 아닌가요? 알려주세요! 지혜를 주세요! 저는 모르겠어요. 하나님!’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한참을 엎드려 기도했으나 딱히 제 마음은 어떠한 깊은 감동이 오지 않으니 더 혼란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지금 아이에게 매를 드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아이에게 그런 마음을 전했습니다. 기도 후 매를 내려놓고 감정적인 동요를 하나님께서 거두어가 주셔서 아이에게 왜 돈 받고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는지 엄마의 말과 성령님의 호소를 듣지 못했는지 더 침착하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아들은 돈을 거의 다 썼을 때에 엄마의 말이 떠올랐는데 엄마에게 솔직히 말하면 매를 맞을까 봐 무서워서 말하지 못했고 집에 들어와서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의 말을 듣고, 저는 아이의 잘못의 대가로 그동안 매로 체벌했던 저의 양육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매를 몇 달에 한 번 들까 말까 할 정도로 아무 때나 쉽게 자주 들지 않고 감정적으로 매를 들지 않는다고 나름 체벌에 신중한 엄마라고 생각했고 매 횟수도 많지 않았지만, 아이는 매 맞는 자체를 강하게 공포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고 엄마는 말해도 용서해 주지 않고 결국 나를 아프게 때리는 벌을 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매가 얼마나 무서웠으면 엄마가 용서해 줄 것도 믿지 못하게 되어 솔직히 용서를 구하지 못했을까! 내가 그렇게 엄하기만 한 엄마였나… 충분히 설명하고 매를 댔었고 그 후에도 다시 감싸고 훈계하고 말씀으로 가르치며 함께 기도하고 마무리했으며 관계가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때, 내가 잘못했을 때 하나님은 내게 어찌하셨던가… 내가 죄를 짓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는 이 죄인이 그 죄를 버리고 돌아오기를 묵묵히 아프게 바라보시며 사랑으로 기도하셨고 나를 긍휼히 여기셔서 말씀으로 호소하시고 훈계하셨지 그때마다 나를 무섭게 아프게 벌주지 않으셨는데…
그리고 언제라도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면 언제나 나를 세상 가장 따뜻한 품으로 안아 주시고 무엇이든 다 용서해 주셨는데…
그래서 내 상태가 어떻든 하나님의 품에 안기면 다시 새 힘을 얻을 수 있었는데…
나는… 나는 내 아들에게 이러한 부모가 되지 못했구나!

 

오, 하나님!!
아이에게 엄마의 이러한 마음을 전하며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은 엄마가 잘못을 고백하면 혼내지 않고 다 용서해 주셨는데 엄마는 그러지 못했던 거 같아. 앞으로 엄마가 더 노력할게. 매로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너의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치는 방법이 매라고 생각했었어. 그것이 너를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 바라지 않으시는 거 같아서 이제는 매를 들지 않을 거야. 너도 잘못이라는 것을 성령님께서 알려주실 때 바로 기도해서 그 죄를 멈추도록 하나님께 부탁드려야 해. 하나님은 네가 하나님을 찾기만 하면 너를 도우시려고 언제나 기다리고 계시거든. 그리고 엄마도 네가 용서를 구할 때 혼내지 않고 용서해 줄게. 그러니까 언제든지 엄마에게 하나님에게 와서 솔직히 이야기해야 돼. 알았지?

 

아이는 이제 매를 들지 않는다는 엄마의 말과 용서한다는 말에 안도의 표정과 자신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돈은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 그 받은 돈 때문에 너에게 덫이 될 수 있음도 설명하고 다음날 그 아이에게 돈을 돌려주게 하였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통해 저의 잘못된 양육에 대해 깨닫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예수님처럼 언제든 사랑으로 용서하고 언제든 품에 안기면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엄하게만 훈육하지 않는 부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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