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 사랑하는 딸아

[부모와 자녀]  사랑하는 딸아

– 박옥진

 

사랑하는 딸아!
엄마는 몸이 아주 안 좋아.
당뇨병이란 기저 질환자에다 나이도 많아 엄마 같은 조건의 환자가 코로나 걸림 죽거나 후유증이 크더구나. 일단 엄마 같은 조건의 사람이 코로나 걸림 면역력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세포가 죽어 20년 늙어버리는 증상이 온단다. 폐렴은 무조건 생긴데. 그래서 폐사진을 찍었더니 한쪽이 폐렴으로 폐가 뿌옇게 먹은 사진이 나왔더구나. 세포가 그렇게 죽으면 복구가 잘 안 된단다.
엄마는 외할머니랑 비슷한 세포로 늙고 있다는 얘기도 되지. 그래서 엄마는 코로나 이후로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벌써부터 와서 노인처럼 앉았다 일어날 때 잘못 일어나고 갈수록 다리가 심각해져 걸을 때 너무 힘들어져.
죽는 건 두렵지 않아~ 어제도 울고 지금도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는데… 엄마가 혹시 외할머니보다 먼저 죽으면 외할머니 못 사실 건데… 그래서 외할머니보다 먼저 죽지 않기를…
그리고 우리 새끼들, 가족들 구원 못 시키고 죽을까 봐 그게 가장 슬프고 두려운 거야.

 

엄마도 세상적으로 살 때는 외할머니랑 마음이 맞지 않아 잘 다퉜지. 근데 신앙 안으로 들어오니 외할머니랑 그리 잘 맞고 행복할 수가 없어. 그래서 서로 신앙 안에서 잘 맞아야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어. 지난날을 뒤돌아볼 때 마음의 공허함과 쓸쓸함으로 많은 쇼핑으로 그 공허함을 채우려고 했지만 그때뿐 다시 그 공허함은 생겨났었지.
이번에 깨달은 것은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오직 신앙 안에서 주님만 바라보고 그렇게 사는 것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 신앙을 너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고 엄마가 인생 전반을 살면서 느낀 점을 내 자식ㆍ내 딸에게 말해 주는 거야.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아무리 좋은 옷도 아무리 좋은 명품 백도 그때뿐 길게 영원한 만족감을 못 주더라. 세상 것은 잠시뿐이라 끊임없이 찾고 또 찾아도 끝이 없더라고.

 

엄마 친구 동생도 47살 이란 나이에 갑자기 저세상으로 떠났지. 이쁘고 화려한 외모에 결혼을 세번이나 실패하고 늘 술로 살았지만 결국 혼자 방황하다 죽고 말았지. 옷 정리하는데 도와주러 갔더니 수많은 명품 백에 명품 옷들, 좋은 액세서리들이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려 늘 술로 살았던 것 같아. 거실이고 방이고 가방 속이고 소주 병들이 여기저기 나뒹구는 걸 보니 마음의 공허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지. 세상 것들은 그 무엇 하나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하지.

 

엄마는 지금 옛날의 너를 그리워한단다. 신앙 안에서 살고자 노력했던 너의 모습… 방학마저 반납하고 필리핀 오지에 동생 데리고 가서 봉사활동하던 너의 모습… 방학 때 집에 오면 손 걷어붙이고 온갖 청소며 정리 정돈을 해 주던 너의 모습… 새벽녘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너의 모습… 순한 양 같은 모습으로 신앙대로 잘 살자며 엄마에게 간절히 권면하던 네 모습이 한없이 그립단다.
그때 엄마는 너의 모습 속에서 천사를 보았고 평안을 느꼈어. 정말 엄마의 유일한 위로이자 평안은 바로 너였어.

 

그런데 엄마가 세상적으로 방황하며 잘 살려고 바둥거리다 보니 그때 그런 너를 잃어버리게 만든 것 같아. 그때 너의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은 지난날을 지금 이 순간 크게 자책하며 후회하고 있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생명을 연장시켜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 엄마를 불쌍히 여기시고 준비하라고 시간을 주신 주님께 감사한단다. 세상 끝 날 더 힘들어지기 전에 거둬 가시려고 준비할 시간을 주신 것 같아.

 

지금 이 순간 네게 편지를 쓰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건 엄마가 살아생전에 이 유언장 같은 글들을 우리 딸이 가슴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야.
사랑하는 딸아! 지난날, 네 권면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어리석은 엄마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딸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코로나로 인해 큰 후유증들을 겪고는 있지만 그래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

내 사랑하는 딸아!
세상에서 방황하지 말고 엄마가 만난 주님을 내 딸ㆍ아들도 만나게 되기를 오늘도 주님 앞에 간절히 기도드린다.
진심으로 사랑한다. 내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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