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미안해 [부모와 자녀]

누나, 미안해

– 김효진

일주일에 한번, 안식일에 교회 가는 것을 낙으로 여기며 사는 저에게 코로나로 위험하니까 교회가지 말라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국 어린이 예배실에서만 예배를 드릴 테니 보내 달라고 약속을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원래 어린이반 보조교사로 자주 어린이 예배실에서 지내긴 하지만, 덕분에 어린이 예배실에서 또 다른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보조교사들도 번갈아 가며 한 달에 한 번씩 어린이 예배 말씀을 전하기로 했는데, 저 말고 또 한 분의 선생님이 처음으로 말씀을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매님은 원래는 다른 말씀을 준비하셨는데, 어제 경험한 일들을 아이들과 나눠야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그 이야기를 함께 나누겠다고 하시며 말씀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속상한 마음이 들었고 그 일로 마음이 차가워졌고, 차가워진 마음을 하나님께 가져가지 않고 놔두었더니 마음이 사탄처럼 시커멓게 됐단다. 차가워진 마음일 때 기도하지 않고 마음이 시커멓게 되도록 가만 두었더니 그 다음 어떤 마음까지 들었는지 아니? 글쎄, 선생님 마음을 속상하게 만든 사람들을 저주하는 마음까지 생기고 말았단다. 그런 마음이 들고 나서야 ‘아차, 내가 왜 이러지? 어떻게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됐지?’ 싶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조금씩 시커멓던 마음이 회복되었고 상대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단다.

자매님이 왜 시커먼 마음까지 갔는지 아니? 하나님과 멀어졌기 때문이야. 얘들아, 차가워진 마음이 들었을 때, 서운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을 때, 얼른 하나님께 가져가서 기도하렴.”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따뜻한 색, 차가운 색, 시커먼 색 색종이로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화난 얼굴까지 만들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온 마음을 다해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자매님은 말씀을 끝내고 오히려 “제 말이 너무 길었죠?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하며 겸손하게 여러 번 물어보셨습니다. 정말 진심을 다한 은혜로운 말씀이었는데 말입니다.

귀가 후, 우리 집 다남매에게 일어난 일을 이제부터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교회에서 돌아와서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하다가 싸우게 되었습니다. 누나가 봐 주지 않고 자꾸 이기니까 동생이 화가 난 것입니다.

“누나랑 안 놀아!”

“네가 놀아 달래서 놀아줬는데 왜 신경질을 내냐? 나도 안 놀아!”

이렇게 누나는 다른 방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남편과 저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습니다. 평소에는 왜 싸우냐며 사이좋게 지내라고 잔소리를 하는 편인데, 오늘따라 말없이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5분쯤 지나서 동생이 안방에서 나오더니 누나 방 문을 두드리며 누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누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했습니다. 남편과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는 누나한테 안 놀아준다고 떼를 쓰는 아이였기 때문에 둘 다 눈이 휘둥그레졌던 것입니다.

누나도 진심 어린 동생의 사과에 마음이 풀려서 다시 신나게 놀았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저는 다민이(동생)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까 누나한테 먼저 사과한 것을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다민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왜 먼저 누나에게 사과한 줄 알아요? 아까 교회에서 00자매님 말씀이 생각나서 하나님께 기도했더니 사과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누나한테 사과했어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자꾸 몸을 비틀고 다른 것에 주의를 뺏기는 것 같았는데, 다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말씀들을 떠올리며 순종하는 모습에 엄마인 제가 더 부끄러웠습니다.

“우와, 정말? 정말 잘했어! 하나님도 기뻐하셨을 거야.”

‘네가 엄마보나 낫구나.’

이 모든 일에 대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마 18: 3)

이 글은 월간지 [열한시 261호 성령의 임재를 사모하라]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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