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생활간증시]

강낭콩 [생활간증시]

– 임미화

 

하얀 서리가 내릴세라
냅다 수확한 강낭콩

풋풋한 꼬투리 속은 성글다

불그레 물들어가는
꼬투리 속은
아직 야리야리 하고

누렇게 잘 익은 꼬투리 속은
알차게 영글어 색도 곱다
손으로 누르는 순간 틀어지며 콩들이 쏟아진다

나눠줄 준비가 되었구나~

 

콩 속에 내가 있다
맛은커녕 풋내만 나는 설익은 나

겉은 되레 화려하고
겉멋에 부푼 썩기 쉬운 나

 

안 되겠다
뜨거운 햇살과
사정없이 흔드는 예의 없는 바람과
뼛속까지 시려오는 한밤의 한기에

이제는 나를 맡겨야겠다
알차게 영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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